단골 식당이 또 문을 닫았다… 연간 폐업 100만 명, 이게 정말 남의 이야기일까요
지난달에 자주 가던 동네 국밥집이 없어졌습니다. 문에 '임대문의' 종이 한 장 붙어있더라고요. 처음엔 이사 갔나 싶었는데, 알고 보니 그냥 접은 겁니다. 장사한 지 8년 됐다고 했던 것 같은데, 그 집 사장님 생각이 한동안 머릿속을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뉴스를 보니 작년 한 해 폐업 신고를 한 사업자가 100만 명을 넘었다는 기사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1995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고 했습니다.
30초에 한 명씩 폐업한다는 말이 사실입니다
100만 명이라는 숫자가 얼마나 큰지 감이 잘 안 올 수 있습니다. 하루 24시간, 365일로 나눠보면 하루에 약 2,700명, 30초에 한 명꼴로 가게 문을 닫은 셈입니다.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각자 퇴직금이나 대출을 끌어모아 시작한 가게, 몇 년을 버텨온 가게들이 그 안에 들어 있습니다.
특히 음식점 폐업이 심각했습니다. 작년 6월부터 9월까지 폐업한 음식점이 매달 1만 곳 안팎을 유지했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새로 문을 연 음식점 수도 비슷한 수준이었다고 하니, 닫히는 만큼 열리는 시장이 된 겁니다. 대기자가 줄을 서는 곳이 있는 반면 한 건물 안에서 몇 달 간격으로 서로 다른 가게가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하는 풍경도 낯설지 않아졌습니다.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요
폐업의 1순위 원인은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인건비 부담이 트리거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장사가 잘 될 때는 직원 월급 주는 게 그나마 감당이 되지만, 매출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고정 인건비는 부담이 급격히 커집니다. 결국 아예 직원을 두지 않는 '나 홀로 사장님'이 늘어났습니다. 고용원 없는 1인 자영업자가 2024년 기준 422만 5,000명으로, 2018년 이후 6년 연속 증가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온라인 쇼핑과 배달 플랫폼의 확산도 오프라인 자영업자들을 직격하고 있습니다. 전통시장의 최대 경쟁 상대가 대형마트가 아니라 쿠팡, 네이버쇼핑이 된 지 오래입니다. 배달앱 수수료까지 떼고 나면 실질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다는 하소연이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흔한 얘기가 됐습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외식업체 평균 영업이익률이 2019년 15.0%에서 2023년 8.9%로 급락했습니다. 재료비, 임차료, 인건비, 배달 수수료가 동시에 오르는데 매출은 제자리이거나 줄어드니 남는 게 없을 수밖에 없습니다.
창업 3년 안에 절반이 폐업합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자영업자의 3년 생존율은 52.3%였습니다. 창업한 100곳 중 3년 뒤에도 문을 열고 있는 곳이 절반 조금 넘는다는 뜻입니다. 1년 안에 폐업하는 비율도 22%나 됩니다. 5년 생존율은 40.2%에 그쳐, 10곳 중 6곳은 5년을 못 버팁니다. 생존율은 매년 조금씩 낮아지는 추세입니다.
업종별로 차이도 큽니다. 1년 생존율이 높은 편인 LPG충전소(93.8%), 미용실(91.6%) 같은 곳이 있는 반면, PC방(65.8%), 통신판매업(67.7%), 화장품 가게(73.6%)는 생존율이 상대적으로 낮습니다. 같은 자영업이어도 업종에 따라 체감 온도가 완전히 다릅니다.
자영업 위기가 내수 침체와 맞물리는 이유
한국은 자영업자가 전체 취업자의 약 5분의 1을 차지합니다. 주요 선진국의 두 배 수준입니다. 전체 가구의 4분의 1이 자영업자 가구라는 통계도 있습니다. 이 말은, 자영업이 흔들리면 내수 전체가 흔들린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자영업자 가구의 부채상환 부담률은 18.3%로, 전체 평균 12.7%보다 5.6%포인트 높습니다. 소득의 거의 5분의 1을 빚 갚는 데 씁니다. 저소득 자영업자는 30%를 넘기도 한다고 합니다. 빚을 갚으면 소비할 돈이 없고, 소비가 줄면 자영업자의 매출도 줄고, 매출이 줄면 다시 빚이 늘어납니다. 이 악순환이 지금 한국 내수 시장 곳곳에서 진행 중입니다.
그럼 해결책은 뭔가요
전문가들은 단순한 자금 지원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봅니다. 소비·유통 구조가 이미 온라인 중심으로 바뀐 상황에서, 일회성 지원금은 폐업 시점을 조금 늦출 뿐이라는 겁니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과포화 업종은 사업 전환을 유도하고, 폐업 이후에 임금 근로자로 재취업할 수 있는 경로를 실질적으로 만들어주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실제로 KDI 같은 연구기관에서도 창업 지원에 집중하는 만큼, 실패 이후 재도약을 위한 지원 체계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자영업자가 떠날 퇴로가 없으면 끝까지 버티다 더 큰 빚을 안고 나오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상황이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습니다
단골 가게가 하나둘씩 사라지는 걸 보면서, 이건 단순히 그분들의 사업 실패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네 상권이 죽으면 거리에 활기가 사라지고, 활기가 없는 곳에서는 남아 있던 가게도 하나씩 떠납니다. 결국 우리가 사는 동네의 풍경이 바뀌는 이야기입니다.
100만 명이라는 숫자 뒤에 각자의 사정이 있습니다. 수치는 이미 구조적인 문제가 된 지 오래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내수·소비 관련 흐름을 최대한 쉽게 정리해서 올려볼 생각입니다. 궁금한 점은 댓글로 편하게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