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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K-모빌리티 산업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었다. 정책금융 15조 원 지원, 미래차 산업기술혁신펀드 500억 원 조성, 그리고 2028년 자율주행차 양산을 목표로 제도 정비를 마무리하겠다는 선언까지. 한국 자동차 산업이 새로운 성장축을 잡기 위해 한 단계 도약하려는 신호로 읽힌다. 단순히 미래차를 생산하겠다는 수준을 넘어, 산업 패러다임 자체를 재편하겠다는 의지가 보인다.
이번 전략의 배경에는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글로벌 환경 변화가 놓여 있다. 미국의 관세 조정, EU의 탄소 규제 강화,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은 우리 자동차 산업에 큰 부담이지만 동시에 변화를 강제하는 압력이다. 정부가 정책금융과 관세혜택 등을 묶은 ‘긴급 처방’부터 내놓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산업을 지키기 위한 방어적 조치이자, 새로운 도전을 위한 발판인 셈이다.
전기차 승용 보조금을 9360억 원으로 확대하고, 수소·전기버스 구매 지원을 신설하는 등 친환경차 보급 확대 정책도 눈에 띈다. 전기차 기술 개발에서 주행거리 1500km, 5분 충전이라는 장기 목표까지 제시한 것은 산업의 스케일을 다시 설정한 발언에 가깝다. 물론 이 목표가 단기간 내 달성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지만, 최소한 기술개발의 방향성이 명확해졌다는 점만큼은 긍정적이다.
K-모빌리티 마더팩토리 구축 계획 역시 미래 산업 전략에서 중요한 축이다. 국내 생산량 ‘400만대+α’를 유지하겠다는 것은 단순한 숫자 수성이 아니라, 생산을 둘러싼 생태계를 새롭게 재편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제조 과정 전체에 AI를 도입하고 미래차 AI 팩토리 구축을 지원한다는 구상은 앞으로 제조업 경쟁력의 중심이 기술과 데이터가 될 것이라는 판단을 반영한다.
여기에 자동차·부품공정의 데이터를 누적해 휴머노이드 로봇과 결합하는 계획은 꽤 장기적인 그림이다. 노동력 감소 시대를 대비한 자동화 전략이면서도, 제조업의 품질·안정성을 동시에 높이려는 시도로 읽힌다. 산업의 변화는 결국 사람의 일터를 바꾸게 마련인데, 정부가 아예 ‘사람과 로봇의 공생’을 기반으로 한 미래 일터 모델을 제시한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속도전이 시작된다. E2E 기반의 AI 자율주행 기술 확보를 목표로 2030년까지 대규모 R&D를 추진하고, SDV 플랫폼도 민간 주도로 개발한다. LG전자, 현대모비스, HL클레무브 등 국내 주요 기업이 모델 개발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산업 전체가 하나의 팀처럼 움직이는 구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자립화율을 현재 5%에서 2030년 10%까지 높이겠다는 계획 역시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한 필수 전략이다.
제도 개선의 폭도 크다. 2028년 자율주행차 양산을 위한 규제 정비 완료, 원본 영상데이터 활용 허용, 임시운행 제한 완화 등은 오랫동안 산업계가 요구해온 것들이다. 규제가 산업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발생했던 ‘기술 고도화의 병목’을 이제는 해소하겠다는 의지로 볼 수 있다. 내년부터 실증범위를 도시 전체로 넓히겠다는 발표 역시 상당히 공격적인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눈에 띄는 대목은 ‘균형 있는 성장’이라는 표현이다. 정부는 해외 시장 개척과 국내 투자 촉진을 동시에 강조하며, 500억 원 규모의 미래차 산업기술혁신펀드와 150조 원 국민성장펀드를 적극 활용하겠다고 밝혔다. 산학연 클러스터 조성, 지역별 특화전략 지원까지 포함되면서 미래차 산업의 생태계를 구조적으로 강화하려는 그림이 완성된다.
개인적으로 이번 전략을 보며 든 생각은 하나다. 지금의 K-모빌리티는 단순히 자동차 산업의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제조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시험대라는 것이다. 전기차 시장은 포화되고, 보호무역주의는 거세지고, 자율주행 분야는 글로벌 기업의 경쟁이 극도로 심화되고 있다. 이 상황에서 뒤처지는 기업은 단기간에 따라잡기 어려운 격차를 겪게 된다.
정부의 이번 전략은 그러한 위기감과 기회가 교차하는 시점에서 나온 종합 대응책이다. 다만 정책만으로는 산업의 미래가 결정되지 않는다. 결국 성공 여부는 기업의 실행력, 기술 개발 속도, 글로벌 시장에서의 협상력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할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 필요한 것은 정책과 현장의 속도가 맞춰지는 일이며, 무엇보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산업전략’이 자리 잡는 일이다.
K-모빌리티는 분명 도전이다. 하지만 이 도전이 한국 산업의 다음 20년을 결정할 수도 있다. 이번 전략이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성과로 축적되기를 기대해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