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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부터 전기요금 그대로입니다, 근데 이게 마냥 좋은 소식은 아닙니다

by ppnnkr 2026. 3. 27.

4월부터 6월까지 전기요금이 오르지 않습니다. 한국전력이 3월 23일 2분기 연료비조정단가를 현재와 같은 kWh당 5원으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이걸 2022년 3분기부터 세면 16분기 연속 동결입니다. 4년 넘게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가뜩이나 유가도 오르고 물가도 뛰는 상황에서 전기요금이라도 안 오른다니 반가운 소식처럼 들립니다. 그런데 이 동결 뒤에 숨겨진 숫자들을 들여다보면 마냥 좋아하기가 어렵습니다.

왜 동결이냐고요? 진짜 이유가 있습니다

한전이 자체 계산한 2분기 적정 연료비조정단가는 kWh당 -11.2원입니다. 즉, 실제 연료비 변동만 반영하면 전기요금을 오히려 내려야 하는 상황이었다는 겁니다. 국제 유가가 한때 100달러를 오르내렸지만, 최근 3개월 평균 연료비는 낮아진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부는 내리는 대신 현행 +5원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이유는 한전의 재무 상황 때문입니다. 한전의 총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 205조 원에 달합니다. 과거 연료비가 폭등할 때 전기요금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탓에 그 손실이 고스란히 쌓인 겁니다. 연료비가 내려갔을 때 요금을 같이 내리면 그 적자를 메울 기회가 사라지니까, 동결로 버티는 겁니다.

그럼 하반기는요?

문제는 하반기부터입니다. 중동 사태로 에너지 가격이 오른 효과가 실제 전기요금에 반영되는 데는 시차가 있습니다. 지금의 국제 연료비 상승분은 올해 4분기 연료비에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그때가 되면 인상 압력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연료비조정단가는 분기당 ±5원이라는 상한선이 있어서, 아무리 연료비가 많이 올라도 한 분기에 5원 이상은 올릴 수가 없습니다. 인상 압박이 누적되면 조정단가가 아닌 기본요금이나 다른 항목을 손봐야 할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4월 16일부터는 산업용 전기요금 시간대별 요금이 조정됩니다. 낮 시간대는 최대 16.9원 인하, 밤 시간대는 5.1원 인상입니다.

한전 부채 205조, 이게 나랑 무슨 상관인가요

한전은 공기업입니다. 한전이 적자를 쌓으면 결국 국민 세금이나 요금으로 메워야 합니다. 지금처럼 요금을 억눌러 놓으면 단기적으로 가계 부담은 덜지만, 나중에 한꺼번에 올릴 때의 충격이 더 큽니다. 2022~2023년에 전기요금이 짧은 기간에 연달아 오르면서 가계와 중소기업이 부담을 호소했던 게 그 예입니다.

지금 동결은 그 반대 방향입니다. 연료비가 내려갔는데도 요금을 내리지 않으면서 적자를 천천히 줄이고 있는 겁니다. 한전 입장에서는 숨통이 트이는 구간이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내려야 할 요금이 유지되고 있는 셈이기도 합니다.

지금 챙겨야 할 것은

당장 4월 전기요금 고지서는 지금과 같을 겁니다. 봄이라 냉난방 수요가 줄어드는 시기이기도 해서 실제 납부액은 오히려 조금 줄어드는 가구도 있을 겁니다.

다만 하반기 이후 상황은 다를 수 있습니다. 지금 가계든 사업장이든 에너지 효율을 챙겨두는 게 현실적인 대비입니다. 한전이 운영하는 에너지 효율 지원 사업이나 정부의 에너지 바우처 제도를 아직 확인하지 않은 분들은 이번 기회에 한번 찾아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전기요금 동결이라는 타이틀 뒤에 이런 사정이 있다는 걸 알고 보면, 같은 뉴스도 조금 다르게 읽힙니다.